이번 작품을 3D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마리오의 액션 게임은 3D 표현이 이미 확립되어 있는 편이죠. 그렇다 보니 3D로 만들면 다른 마리오 게임과 표현이 비슷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따라서 3D로 만드는 동시에 이것이 「마리오&루이지 RPG」만의 표현이라는 걸 보여 주는 요소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정말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마리오 시리즈와 구별되도록 하면서
부끄럽게도 개발 초기에는 그걸 의식하지 못해서 한 차례 큰 실패를 겪기도 했었어요. 어떤 것이었냐면, "새로운" 「마리오&루이지 RPG」라면서 좀 더 튀는 느낌으로 「와일드한 마리오」를 표현하려고 해 버렸던 시기가 있었단 말이죠...(웃음).
그러던 와중에 닌텐도로부터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분들을 위해 시리즈의 느낌이 살아 있는 아트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청을 다시 받게 되었죠.
그 결과 검은 눈의 디자인과 선명한 윤곽선 같은 일러스트의 매력과 도트 애니메이션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코믹한 두 사람의 매력을 어떻게 합체시킬지에 초점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이번 작품만의 아트 스타일 만들기」가 시작됐던 것 같네요.
확실히 초기 디자인의 마리오에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기존의 시리즈에서 보여 준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이게 아무래도 캐릭터를 감수하는 닌텐도에서 보기에는
「마리오 비슷한 다른 누군가」라는 인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회의를 하면서 방침을 재차 설정하게 되었죠.그때 닌텐도를 통해 「마리오&루이지 RPG의 마리오와 루이지는 이런 것이다」
와일드 버전도 의욕적으로 제안해 보긴 했었지만 제 안에 있는 플레이어로서의 시각은 「과연 이게 플레이어들이 즐기고 싶은 마리오가 맞을까?」라는 불안감도 동시에 갖고 있었단 말이죠. 그러던 차에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라며 주신 자료를 보니 저희들도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그때 비로소 「그렇구나, 이번에는 이런 모습을 ACQUIRE의 3D 표현으로 추구하면 되는 거구나」 하면서 가장 기초가 되는 방향성이 확고해졌던 것 같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새로운 표현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게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희가 납득할 수 있게 매번 확실하게 설명해 주셨었죠.그렇죠... 일단 자유롭게 풀어 준 다음에
다시 불러 모으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ACQUIRE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마리오로서의 특징도 지켜 줬으면 한다. 그걸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를 시도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앞에서도 한 번 이야기했었지만
그게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개발 초기 단계에서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트 면에서는 역시 일러스트에 표현된 마리오와 루이지의 특징과
「도트 스타일이라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을 3D에 집어넣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어서 캐릭터 모델링 팀과 3D 모션 팀에게 어려운 부탁을 많이 드렸죠.
그리고 또 아트워크의 특징이기도 한 윤곽선 묘사는 꼭 집어넣고 싶었는데요.
이걸 3D로 표현하려고 하니 기술적으로도 처리에 부하가 걸려서
마리오에 애착이 깊은 캐릭터 모델링 담당자와 기술 담당자도 끈기 있게 작업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물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윤곽선을 고집하게 되면서 액션 게임에 나오는 마리오의 표현과 차별화도 이루어졌고
이번 작품 특유의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실감했어요.Nintendo Direct에서 이번 작품의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지켜보시던 팬분이
3D 모델을 2D 일러스트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표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이전의 「마리오&루이지 RPG」에 등장한 도트 스타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도록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그려 주셨단 말이죠.
3D 모션 팀도 기존 시리즈의 도트 스타일을 꽤 깊이 연구했기 때문에
도트 스타일의 코믹한 느낌을 3D 모션에 담으면서도 어느 방향에서 봐도 문제가 없게끔 연구를 거듭했고, 단순하게 기존 시리즈의 도트 스타일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작품 특유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서 「마리오&루이지 RPG」다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오가 달리는 모습은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8 도 참고하면서 조작감을 연구했습니다. 마리오가 커브를 돌면 몸이 기우는 반응부터 해서 플레이어가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까지 3D 모션 팀과 프로그래밍 팀이 모두 달라붙어서 조정에 조정을 거듭했어요.
※82017년 10월에 발매된 Nintendo Switch 전용 액션 게임. 마리오가 모자 왕국의 주민인 「캐피」의 힘을 빌려 다양한 세계를 여행한다.
만들고 오타니 씨에게 수정해 달라고 하고...의 반복이었죠.
마리오는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컨트롤러를 통해 접했을 때의 즐거움, 쾌적함도 중요한 캐릭터라는 걸 실감했어요.마리오와 루이지를 3D에서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두 사람이 활약하는 세계에는 오리지널 캐릭터도 등장하던데요. 그런 오리지널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가는 것에도 난항이 있진 않았나요?
쉬웠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코네트」도 처음에는 사람에 가까운 디자인이었어요. 그러다 콘센트나 전원 플러그를 모티브로 쓰기로 결정하면서 콘센트 모양 얼굴, 모자 같은 플러그가 딱 어울리길래 최종적으로 현재의 디자인이 됐죠.만약 너무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어 버리면
후루타 씨가 얼마나 노력하셨는지가 자료에서도 보였거든요. 보내 주신 자료에 자필로 쓴 생각이 잔뜩 적혀 있었는데 「이건 이렇게... 안 돼, 역시 이건 취소」 같은 식으로 마음의 소리가 전부 적혀 있었죠(웃음).
앗...(웃음)
그래도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숨김없이 그대로 다 적어 주신 덕분에 저희 쪽에서도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하면서 하나가 돼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어요.네, 그렇긴 했죠(웃음).
특히 초기에는 서로 같이 일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닌텐도 측에서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디를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전부 전달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일부러 생각을 전부 적나라하게 적었던 것도 있었죠.오리지널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래서 새로운 세계의 동료로서 「돈센트」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전원 플러그라는 모티브는 일찌감치 결정돼서
콘센트 모양이라고? 조형은 어떻게 하지? 등 이것저것 검토해 봤습니다.그러던 중에 이 돼지 저금통 같은...
코 같아 보이기도 하고 눈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캐릭터가 뭔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웃음).처음에는 눈이 머리 위에 있었는데 눈썹만 남기고
코 부분을 눈으로 하기로 해서 어디가 눈이지? 그런 궁금증을 통한 재미를 주기로 했습니다.돼지 저금통이라는 건 아무래도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모양이라서
그리고 「보트섬」의 아이디어를 내 주신 것은 저희한테 아주 기쁜 일이었죠. 보자마자 「이거다~!」 하는 느낌이 꽂혔거든요.
이게 처음으로 나온 보트섬의 콘셉트 아트입니다.
「그거 멋진데요!」 하면서 만장일치로 결정됐습니다. 이번 모험의 거점으로서 기능적인 면도 잘 전달되었고 이때부터 단숨에 여러 디자인들이 정해져 나갔다는 느낌이었네요.
이번 거점은 배가 아니라 섬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항해는 불가능하고 표류해 다니죠.
그러다 보니 진짜 배여서는 느낌이 안 산다고 할까요. 「배 모양을 한 섬」으로 한 덕분에 참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배경과 주변 분위기도 어우러져서 정말 다채롭네요.
「마리오&루이지 RPG」인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한 느낌이면 아무래도 안 어울리겠죠?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가득 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저희는 가만 내버려 두면 무심코
꼭 필드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딱 봤을 때 의도가 잘 전해져야 한다는 닌텐도다운 디자인 관점도 여러 번의 감수를 거치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밝고 즐기기 좋은 필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아트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결정된 이후로는 원활하게 소통이 이루어졌고, 개발도 척척 진행됐다는 거로군요.
그건 그... 이 시리즈는
마리오 시리즈의 게임인데 개그가 가득 들어가고, 전에 개발을 맡으셨던 ALPHADREAM의 색채도 굉장히 많이 드러나는 게임이라서... 저희는 ACQUIRE에게 「이 맛있는 라면 가게의 라면을 레시피 없이 재현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어요. ACQUIRE분들이 고생 많으셨을 겁니다.
저희도 그 라면을 먹으면서
「아마 이런 재료가 들어간 거겠지...?!」라는 상상을 하면서 만든 셈이죠(웃음).(웃음).
서로 모든 것이 처음인 처지였다 보니
근본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굳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게임의 내용물을 만들려면 이걸 다 해야 겨우 시작할 수 있단 말이죠.아하, 이걸 다 겪고 나서야 간신히 게임의 내용물을 만들기 위한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는 말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