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젤다」 시리즈에서 젤다 공주가 처음으로 모험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 있겠네요.
처음에는 링크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투영」 플레이를 중심으로 링크에게 필드에서 물체를 카피&페이스트를 시키려고 하니 검과 방패가 걸리적거렸죠.
검이랑 방패가 있으면 그걸로 싸우면 되지 굳이 몬스터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투영」만 쓸 수 있게 하고
이 플레이를 이해하게 만든 다음 게임을 진행하면서 검과 방패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대로 시험해 봤는데 그렇게 해도 결국 검과 방패를 손에 넣으면 그때부터는 「투영」을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이러면 평소의 젤다와 다를 게 없는데, 어떡하지? 그런 상태가 됐죠(웃음).
「투영」과 「검과 방패」는
「투영」은 만들어 낼 수 있는 종류도 풍부하니까 그럼 이 플레이를 최대한 살리려면…
그냥 「투영」 하나로만 밀고 가자! 그렇게 된 겁니다.
그 다음엔 그럼 검도 방패도 안 쓰는 사람이 주인공이어야겠네?
그런 사람이 「젤다」 시리즈 안에 누가 있지?
…이거 젤다 공주 말고는 없겠는데? 이렇게 흘러갔죠.
오래된 시리즈 속에서 처음으로 젤다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땐 용기가 필요하진 않으셨나요?
「젤다」 시리즈를 만들어 나가는 긴 과정 속에서
「젤다 공주로 플레이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필연성만 있으면 얼마든지」라고 줄곧 생각했고 그렇게 대답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 필연성이 뭔지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가 이 플레이에 걸맞은 주인공은 누구지? 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이 필연성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거죠.
그렇군요. 오랜 과제를 해결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는 느낌이었네요.
그렇지만 젤다 공주의 의상 같은 것들도 꽤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험을 떠나는 거니까 평범한 모험가 복장도 검토해 봤는데 처음부터 모험하는 것이 정해진 것처럼 모험가 복장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어요.
이전 작품의 젤다 공주의 의상에서 적합한 걸 찾아보기도 했죠.
그런데 팍 꽂히는 게 없어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모습을 보면 후드를 쓰고 있었죠?
그건 이번 작품에서 초반에 나오는 링크가 쓰고 있던 후드인데
「많은 모험을 겪고 강해진 링크」를 표현하고 싶어서 씌워 준 것이었어요.그래서 「이번 링크의 의상은 이걸로 가죠」 하고
보여 주셨을 때, 문득 「젤다 공주도 얼굴을 가리고 여행을 떠나는 거니까 후드를 씌우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꺼내 봤죠.아! 젤다 공주가 나중에 후드를 쓰니까 링크에게 후드를 씌우자고 생각한게 아니라, 원래 링크가 후드 모습으로 디자인되어 있던 거였군요.
그렇죠. 그리고 링크가 쓰고 있던 후드를
젤다 공주가 이어받는 것도 그림이 괜찮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링크를 찾는 게 이번 젤다 공주의 테마 중 하나이므로
참고로 아까 검과 방패는 방해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렇다곤 해도 역시 검과 방패 플레이도 하고 싶으니까
그럼 이제 링크의 능력도 「투영」으로 빌리면 되잖아? 하고서 「동영상검사 모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군요. 링크와 젤다 공주의 관계로부터 다양한 것이 만들어진 거네요. 그런데 스토리는 어떠셨나요? 젤다 공주가 주인공이 되면 생각해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우선 젤다 공주를 모험에 보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링크의 경우 용사라는 운명이므로 몬스터가 있으면 퇴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간단하게 성립되는데 젤다 공주의 경우, 왕족이라 주변에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왜 공주님이 직접 여행을 떠나야 해? 이런 부분을 신중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죠.
그렇게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주가 여행을 떠날 일이 없어 보이는 게 문제였죠(웃음).
그냥 몬스터가 하이랄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럼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공주가 움직일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봤는데…
젤다를 자기 딸처럼 생각하는 스태프는
「아직 공주를 모험에 보낼 수는 없어.」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공주가 아니라 내가 간다!」 같은 말도 했었죠(웃음).
그렇게 해서 필드에 커다란 균열이
공주님이 봐도 「큰일이다! 뭐라도 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요.
공주님은 그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의 딸이니까 자신의 나라가 망가져 간다거나, 하이랄의 세계가 바뀌어 가는… 그런 게 싸울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렇게 균열…이라는 설정은 정해졌지만
균열 속에는 무의 세계가 펼쳐져 있고 그 속에 사람과 물건들이 빨려 들어간다는 설정이었는데 아무도 그런 장소를 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땅이 갈라지고 그 밑에는 무의 세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입으로 말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그 표현을 제작하시는 GREZZO의 디자이너분은 균열이 어떻게 넓어지는데? 구멍의 깊이는? 단면 표현은?
…이렇게 골머리를 앓게 되시는 거죠(웃음).
게다가 그게 필드 곳곳에 나타나니까
또 레벨 디자인에 따라 장소를 간단히 바꿀 수 있고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나오거나 사라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들어가야 했고요.
그런 조건 속에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낸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균열 속에는 필드와는 다른 신비한 공간이 펼쳐져 있는 거였죠?
평소에는 싸우지 않는 인물이 주역인 세계에서
잔혹한 표현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하이랄에 닥쳐오는 위기감은 느껴져야 해서 표현하기가 꽤 어려웠었네요.젤다 공주가 모험에 나갈 가장 큰 동기가 될
「왕이 균열에 삼켜지는」 장면도 표현할 땐 꽤나 고민했었죠.
최초의 무대 설정을 정하는 것도 다사다난했지만
「젤다」 시리즈에는 장대한 역사의 계보가 있다 보니 뭐랄까, 그 젤다의 전승에 어디까지 관여해도 되는 걸까 싶었죠…
그러고 보니 시리즈 전체를 잇는 하이랄의 역사가 있었죠. 너무 자유롭게 만들다 보면 「젤다다운 것」이 잘 표현된 게 맞을지에 대한 걱정도 생겼을 것 같네요.
맞아요, 그 역사에 추가나 변경을 할 때면 조절이 엄청 어렵죠.
처음에는 하이랄 역사에 관여할 것 같은 부분을 일부러 두리뭉실하게 처리하고 진행했더니 중간부터 도저히 앞으로 나아가지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여름 무렵에 「합숙하면서 스토리를 모아 보자」고 했었죠.
그건 진짜 합숙이었죠.
그때도 처음엔 GREZZO 쪽에서
제가 호텔에 돌아가서 혼자 「이런 이야기라면 되겠다」고 생각한 대본을 쭉 쓴 다음에 그 다음 날 가져갔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본을 기반으로 다 함께 시리즈에서 자주 나오는 여러 요소를 더해 가면서 겨우 스토리가 만들어졌었죠.
아침부터 밤까지 사흘간 합숙, 총 3세트(웃음).
최근에는 저희조차 젤다의 역사를
젤다의 역사를 건든다는 건 과거 시리즈에서 뭐가 어떻게 표현되었느냐를 당연히 의식해야만 하는데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걸 답습하면서 새로운 전개도 생각해야 하니까 점점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좁아지는 겁니다.
게다가 시리즈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만큼 플레이어분들도 그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죠.
그래서 우리가 플레이를 우선시하여 앞뒤가 맞지 않는 스토리 전개를 만들어 버리면 「그건 이상하잖아」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만드는 입장에서는 딱히 이상하게 바꿀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는데 아, 그렇구나. 그런 식으로 해석되는구나… 하게 되는 거죠.
과연, 그런 플레이어의 반응까지도 고려해 가면서 스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는 거군요.
이번에도 역사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건 아닙니다.
링크는 매번 모험과 여행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젤다 공주는 「젤다」 시리즈에선 아무래도 한 발 떨어진 입장에 있어야만 했었잖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젤다 공주가 모험에 나서게 하면서 이야기의 시점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적인 면에서도 신선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