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2024.9.25

개구쟁이

이번 작품은 「투영」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이던데, 각각의 역할과 플레이 방법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신 걸까요? 아이디어를 낼 때 규칙 같은 것이 있었나요?

테라다

「투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땐 고생했었네요.
필드에 있는 걸 카피&페이스트하는 플레이이다 보니까
적도, 동료도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동시에 탑뷰에서도 사이드뷰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오누마

적이란 게 내가 상대할 땐 약한 녀석이길 바라잖아요?
하지만 내 동료가 될 땐 강한 녀석이길 바라게 되기 마련이고요.
강한 적은 얻고 싶지만 일단 쓰러뜨리기 전까지 동료로 만들 수 없죠.
동료로 만들 수 없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는 반면에
막상 얻었을 때 너무 강하면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다른 「투영체」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그 미묘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렵단 말이죠.

테라다

어떤 「투영체」가 너무 편리하면
그것만 쓰게 되니까…
역시 많은 종류의 「투영체」를
이것저것 시험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투영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하는 문제에다가 이번 작품 특유의 탑뷰와 사이드뷰의 조정까지 더해진 거로군요.

아오누마

동영상물 블록이 특히 어려웠었죠.
사이드뷰면 간단하게 평면적인 물의 표현만 만들면 되는데
탑뷰면 물이 입체 구조가 되니까
필드에 큐브 모양의 물을 등장시켜야 하죠.
심지어 플레이어가 그 물 블록 안에 들어가서 헤엄쳐야 하고요.

블록으로서 가로세로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는 만들었는데
막상 그 안을 헤엄치려고 하니
블록끼리 연결되는 지점에서 튀어나와 곤두박질쳐서…
이러면 어떻게 플레이해! 이랬었죠(웃음).

테라다

그건… 진짜 문제아였죠(웃음).

일동

(웃음).

테라다

그리고 적도 동료도 되고, 탑뷰와 사이드뷰의 교차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만족한다 하더라도
그걸 다양한 지역이나 장소로 가져가는 것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하고요. 

아오누마

설산에서 만난 적을 화산에 데려가면 어떻게 되는가? 같은 거 말이죠.
다른 장소에서 사용했을 때 게임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끔
설계를 잘 맞추는 것도 필요해서 정말 힘들었죠.

하나의 「투영체」만 해도 고려해야 할 장면이 한둘이 아닌데, 심지어 그게 100종류 이상 있는 거네요.

테라다

그렇습니다. 꺼낼 수 있는 「투영체」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각각의 기능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나하나의 특징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럴 땐 그걸 쓰면 되겠군!」 하고 바로 떠올릴 수 있게 말이죠.

사노

젤다는 수수께끼 푸는 법을 내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자유로우면 그땐 또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단 말이죠.

그래서 「투영체」 하나하나의 기능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스스로 잘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걸 고려했어요.
어려움 없이 「체험해 주었으면 하는 플레이」까지 도착하게 만들기 위한 설계를 의식하면서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가짓수가 많아도 그걸 잘 다루지 못하면 의미가 없죠.

사노

그리고 젤다 공주는 스스로 공격할 수단이 없다 보니
「투영체」를 이용한 플레이는 자신이 페이스트한 물체의
행동을 지켜보는 듯한 플레이가 되기 십상이었어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쟤가 다 하는 거다, 난 기다리고만 있다 같은…

그걸 「지금 내가 해냈어!」라는 실감이 들게 만들려고
머리를 많이 굴렸죠.

예를 들면 적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과 유사한 느낌으로
「투영체」를 만들었을 때 그 「투영체」가 곧바로 적을 공격해 준다거나
불을 붙이고 싶은 곳이 있을 때 그런 능력을 지닌 「투영체」를 만들면
바로 불을 붙여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 직감적이고 빠른 반응이 쾌적함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마지막까지 조정에 공을 들였습니다.

아오누마

그러고 보니 「싱크」도 「직감적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쾌적한 느낌」에서 왔었죠?

「싱크」가 뭔가요?

아오누마

싱크한 걸 움직이는 것에도 조금 요령이 필요해서
그것도 액션 요소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영」에 「싱크」까지 더해졌는데,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밸런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으셨나요?

테라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러면 문제가 생길 거야. 게임으로 성립될 수가 없어」라 생각해서
플레이를 제한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던전에 들어가면 「투영체」의 개수는 20개까지만.
이런 식으로 제한에 대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나왔었는데
「원래는 가능했던 걸 불가능하게 한다」 같은 아이디어가 많았죠.

그러다 보니 어라? 전에는 이렇게 하면 공략할 수 있었는데
이번 상황에서는 못 쓰는 건가…?
이런 찝찝한 감정만 계속 생겨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이제 제한은 없애 버리자」라는 방향으로 결심을 한 거예요.

아오누마

제한에서 해방되는 것이 자유와 성장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게 게임의 철칙이라 믿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옛날 게임은 처음에 제한을 걸고
그걸 조금씩 해방해 가는 느낌의 구조가 많았습니다.

개발자는 오랫동안 이 철칙이 옳다고 믿으며
게임을 개발해 왔고
그걸 기준으로 삼아 제약을 만들어 두어야
안심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투영」 플레이에서는
그러한 철칙에 따라 만든 제약이
발목을 잡아 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막상 플레이하고 보니 제약이 없는 게 더 재미있기도 했죠.
그래서 「그럼 어떡하지?」, 「이 제약은 없앨까?」 하는 식으로
조금씩 제약을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초반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제약은 거의 필요 없어지게 되고
심지어 처음에는 「그렇게 하면 너무 자유롭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괜찮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자유가 자유를 불러들이는 듯한 감각이었죠.

처음에는 걸려고 했었던 제약을 점점 없애 가니 결과적으로 자유도가 아주 높은 게임이 완성되었다. …즉 그 자유도가 잘 성립하고 있다는 뜻이네요.

테라다

그러고 보면 「개구쟁이」라는 키워드도 있었죠.

「개구쟁이」말인가요…?

아오누마

역시 좀 더 파격적인 걸 해 보고 싶지 않아? 하면서
그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시 달린 롤러를 땅에다 굴린다고 하면
여기저기에 부딪히면서 난리야 나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해야지 재미있잖아,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웃음).
이런 걸 개발 현장에서는 「개구쟁이」라고 불렀었죠.

사노

「개구쟁이란 어떤 것인가」를 모은 자료를 만들어서
다 함께 「개구쟁이」로 돌아갈 수 있게 했었습니다.

테라다

3원칙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페이스트할 수 있다」
「그곳에 없는 것으로도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사노

그리고
「꼼수에 가까운 치트키급 활용법을 발견하는 것도 이 게임의 묘미이다」

어? 자료의 이 부분에는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미야마·가나의 사당이 떠오른다고 작게 적혀 있네요.

테라다

쉽게 또르르 굴려서 클리어할 수 있죠(웃음).

아오누마

옛날에 게임할 때 꼼수를 찾아내던 것과 비슷하죠.
그런 것도 허용되어야 재미있지 않겠어요?

『티어스 오브 더 킹덤』※10때도
얼마나 「치트」가 가능한가 같은 이야기가 나왔었죠.
「이런 방법으로 진행해도 되는 건가?」 하면서 반신반의하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되면 굉장히 기쁘지 않나요? 
그게 「개구쟁이」라는 키워드와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0『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2023년 5월에 발매된 Nintendo Switch 전용 소프트웨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클리어 이후 세계를 무대로, 하이랄 대지에서 하늘까지 광대한 필드를 모험한다. 물체와 물체를 붙여 자신만의 탈것이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레이가 특징.

사노

이 「개구쟁이」라는 키워드를 실현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것에 제한을 걸지 않는다.
혹은 플레이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만 제한한다.
그걸 목표로 개발을 진행했네요.

그러고 보니 『티어스 오브 더 킹덤』에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플레이어가 고유의 방법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었죠. 이번에도 그러한 것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