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Nintendo Switch 리메이크를 개발할 때, 이미 이번 작품 『에미오』의 개발이 결정되었던 건가요?
아니요. 「패미컴 탐정 크루」의 신작을 만드는 건
두 리메이크 작품 개발 당시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사카모토 씨는 Family Computer Disk System버전
『Famicom Detective Club PART II: The Girl Who Stands Behind』 개발이 끝난 후에 「이제 신작은 못 써」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맞아요, 최근에 아트북※12에서도 말했고,
하지만, 또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거든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 머릿속에 모으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피해자가 종이봉투가 씌워진 채 죽어 있다」는 장면이
무서울 거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습니다.
딱히 그래서 플롯 제작을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에미오, 라는 걸 생각해 봤는데」라고 미야지 씨한테 이야기했더니
「재미있어 보이네요!」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12Nintendo Switch용 소프트웨어 『Famicom Detective Club: The Missing Heir・The Girl Who Stands Behind』의 아트북. 개발 자료나 개발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네? 「불가 선언」을 하셨는데도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MAGES.와 리메이크를 만들어 보니
물론 평범한 리메이크 이상의 작품으로 완성된 것도 있었고 이만큼 표현력이 오르고 애니메이션의 질도 향상되었으니 다시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쓸 원동력으로 이어졌습니다.그래서 처음에 이야기를 듣고 수개월 후에
「에미오, 어떻게 되고 있나요?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기회만 되면 끌어들이려고 했던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본격적으로 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기대하고 있었을 뿐인데(웃음).
완전 신작을 혼자서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미야지 씨가 함께 일해 준다면, 그리고 MAGES.에서 함께 만들고 싶어 한다면 그렇다면 지금이다! 라는 생각에 실제로 플롯을 쓰기 시작했습니다.게임 플롯 제작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막힘없이 진행되는 편인가요?
일단 이야기로써 우여곡절이 있고 재미가 성립되는
말하자면 시나리오의 골격에 해당하니까 실패하면 다시 씁니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전혀 진척이 없어요(웃음).
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다양한 단편적인 아이디어가
점점 이어져서 이래저래 순식간에 진행됩니다.
제 눈에는 컨디션이 좋은 건지, 좋지 않은 건지
전혀 파악이 안 되지만 말이죠.네. 바로 그때 제 억지가 나왔죠(웃음).
사카모토 씨의 억지?
시원치 않을 때는 전혀 진척이 없으면서
저는 지명이라든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생각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스토리에 살을 붙이는 그런 부분을 생각할 때는
일단 플롯 만들기에서 손을 떼야만 합니다.
하지만 손을 떼는 건 싫으니까
맡겨도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부탁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한 겁니다.
그리고 「아, 마침 좋은 사람이 있잖아!」라는 결론에 이르죠(웃음).
(웃음)
그렇군요, 살을 붙이는 부분을 미야지 씨가 서포트하는 거군요. 그러면 실제로 사카모토 씨에게서 어떤 주문을 받았나요?
처음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생각해 줘,
그런데 등장인물의 이름 하나를 고민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정보량이 정말 적었거든요(웃음).
주어지는 정보는 1~2행 정도의 「이런 사람」이라는 것뿐.
예를 들어 전체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이고
어느 정도 비중으로 등장하고
어떤 일에 엮이는지…
그런 걸 전혀 알려 주지 않아요.
사카모토 씨에게 물어보았는데
「…그건 말 못 해」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네?
심지어는 「이번 사건의 시작이 될 중요한 일」을 생각해 줘
라고 하시더라고요.그때도 충분한 정보가 없었나요?
주문 당시에 알 수 있었던 건
어떤 타이밍에, 어째서 그런 일을 일으켰고
어떤 식으로 사건의 시작이 되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웃음).
정말이지 순 억지예요.
그래서 몇 가지 안을 제출해 봤지만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라고…
방향성을 바꿔서 다른 아이디어를 제출해도
「그것도 아니야. 오빠가 조금 더 이렇게 해야지」라며 퇴짜 맞고(웃음).
잠깐만요, 정보를 보여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미야지 씨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플롯을 처음으로 읽어 보고
재미있는지 어떤지 판단해 줘야 했으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아무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알면 안 되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분은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고
뻔뻔한 소리를 계속했었죠(웃음).
결과적으로 배경이나 의미가 느껴지는 지명과
등장인물의 캐릭터 특성이 얼핏 보이는 듯한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를 결정짓는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는
「억지가 일으킨 기적이야~!」라면서
함께 들뜨기도 했네요.
네,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었죠.
그러고 보면 수많은 억지 중에
「웃는 얼굴을 잔뜩 그려 줘」라는 것도 있었어요.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평소에 안 쓰는 손으로 그리기도 하면서
몇 가지 그림을 보냈더니
최종적으로 그중 2개에서 눈과 입을 조합하고 코를 더한 게
웃는 얼굴이 그려진 종이봉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웃음).
순 억지네요(웃음). 그건 그렇고, 이제까지의 시리즈에서는 사카모토 씨가 혼자서 각본을 쓴 것으로 압니다만, 이번에는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만들 때도 미야지 씨가 참여했군요.
다른 사람이 써 준 대사는
하지만 캐릭터가 하는 말은 결국 제 머릿속에서 나오는 거니까
제 성격의 일부 같다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특이한 캐릭터를 등장시켜도
캐릭터가 하는 말은 제 생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이번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데
저 혼자서 글을 써 버리면
그걸 새로운 「패미컴 탐정 크루」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었죠.
그 정도로 이번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의식이 강했군요.
물론 「패미컴 탐정 크루」 시리즈 특유의
저도 제 나름대로 여러 작품으로부터 영향이나 자극을 받아서
게임 제작에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세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은 저와는 다른 것을 보고 들으며
저와는 다른 것에 자극을 느끼죠.
그런 표현은 제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걸 잘 아는 사람에게 제가 혼자 끌어안고 있던 것을 건네주고
「패미컴 탐정 크루」에서 표현의 폭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미야지 씨가 등장하는 거네요.
미야지 씨와는 코로나 대유행 때 전작 리메이크를 함께 만들면서
게다가 「패미컴 탐정 크루」 리메이크 외의 일에서도
미야지 씨가 쓴 문장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단어 선택이나 리듬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게임을 위해 여러 가지 스토리를 만들 때
소설가처럼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하나하나의 표현이나 여운을 신경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사카모토 씨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패미컴 탐정 크루만의 제작 방식도 있겠죠. 그 방식을 금방 습득할 수는 없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어땠나요?
사카모토 씨는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저와 공유하기 위해
개발 도중이던 어느 날, 갑자기 DVD가 도착했는데
그중에는 기괴하거나 공포물 같은 게 있었고
그걸 봐야만 했죠.
「저, 이런 건 저에게 어려워요」라고 도움을 청했지만
「부탁할게, 그것만은 꼭 봐 줘」라고 하셔서 어떻게든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아아, 사카모토 씨가 표현하고 싶은 건 이런 거구나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간격이나 소리를 활용하는 방법, 컷 분할, 장면 전환 같은 건
그런 식으로 「어떻게 연출하고 싶은가」를 초기 단계에서
확실하게 전하고자 했죠.
반대로 미야지 씨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만화를 추천했어요.
「이 만화는 극적인 전개가 굉장히 많으니까 읽어 주셨으면 해요!」 이런 식으로요.
확실히 극적인 전개였죠(웃음).
두 분은 그런 식으로 가치관을 공유하고자 했군요. 그러고 보니 사카모토 씨는 『Famicom Detective Club PART II: The Girl Who Stands Behind』 때부터 영화적 기법을 연출에 활용했다고 하셨는데, 플롯 단계에서부터 연출을 떠올리는 건가요?
네.
오히려 플롯 단계에서 그런 「연출」을 의식하면서
스토리를 확장해 나갑니다.
이야기가 정해지면 다음은 관절 인형을 사서 자세를 취하게 하고
다양한 그림을 배경으로 비디오 콘티를 만들죠.
저는 미대 출신이지만 실은 그림을 못 그리거든요.
그래서 수고는 들지만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전달했습니다.
사카모토 씨가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어떤 표현을 하고 싶은 건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스토리 관련 연출이라고 하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녀석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범인을 몰아붙인 환경이나 심정도 자세히 표현하는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토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죠.
단순히 잔인한 사건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저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서서히 다가오는
뭐라 말 못 할 소름 돋는 공포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연출상 피가 꼭 필요한 장면도 있기는 합니다만
잔인함을 메인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런 부분은 사카모토 씨의 신념이죠.
공포 연출이니까 다양한 묘사가 있기는 하겠지만
저희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잔뜩 집어넣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그런 잔인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편이 더 괜찮지 않겠냐는 것도
저희 사이의 공통된 인식이고요.
윤리적인 관점을 고려한 것도 물론 있지만
그런 요소를 영화적 기법을 활용하면서
단어 선택, 페이스, 음악 등으로 연출함으로써
패미컴 탐정 크루다운 분위기를 항상 유지하며
개발해 왔습니다.
그렇군요, 신작을 개발할 때 중요하게 여긴 중심축을 잘 알겠습니다. 밑바탕인 「패미컴 탐정 크루」다움은 변함없다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