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번 작품의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 여쭤 봤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한 비주얼에 대한 내용도 여쭤보려고 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나요?
이번 작품은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2』에 이어
다만, 이전 작품들보다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인 만큼
캐릭터 등신을 키워 연령층을 높인 듯한 디자인으로 하거나,
의상도 이번 스토리의 분위기에 맞춰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도록 조정하기도 하고…
이미지 비주얼에서는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최초 등장 장면에서 주인공 일행은 이미지각 국가의 군복을 입고 있는데요,
이러한 의상 디자인도 포함해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에 맞는 단정한 차림으로
조정을 부탁드렸습니다.
※4 사이토 마사츠구.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2』,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의 메인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프리랜서 캐릭터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주인공 일행의 비주얼 디자인은 순조롭게 결정되었나요?
아뇨,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네요…(웃음)
특히 노아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서 고생했죠.
개발 중, 사이토 씨가 MONOLITHSOFT에 오셔서
함께 작업해 주셨습니다.
타카하시 씨 부스의 앞자리에 계셨는데,
우선 저희가 타카하시 씨의 말에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끌어낸 다음에
「이런 느낌이 좋다」라고 사이토 씨에게 전달하면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 주시는 식이었죠.
그러면 하루가 끝날 무렵에 타카하시 씨가 그걸 보는데,
「아냐, 이게 아니야.」 하는 반응이 나오고(웃음).
이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아무튼 노아의 디자인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다양한 그림을 그려 주셨는데도
뭔가 노아 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할지…
메인 주인공은 철학자 또는 시인과 같은 위치에 두고 싶었다고
처음에 말씀드렸는데, 의지가 약해 보이는 캐릭터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거만해 보이는 캐릭터도 뭔가 아닌 것 같았죠.
그려 주신 안이 꽤 극단적이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야성적인 캐릭터라거나, 조금 다정한 느낌이 들었다거나.
그리고 고귀한 느낌의 캐릭터는
「이것이 노아다!」라고 할 만한 캐릭터의 방향성을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반대로 다른 캐릭터는
종족과 체격 등의 외형이 캐릭터 설정으로 굳어져 있던 터라 비교적 쉽게 정해졌죠.캐릭터 디자인이 정해진 다음에는 그것을 게임에서 3D로 표현해야 했겠네요.
그 부분은 개발 스태프가 열심히 해 줬습니다.
이번에는 사이토 씨의 일러스트 표현을 최대한 살려서
피규어스러운 부분이나 CG 같아 보이는 부분을 없애고 싶었다 보니
피부, 머리카락, 의상 표현, 윤곽 등…
여러모로 표현에 관해 꽤 신경 썼습니다.
CG 표현을 일러스트에 맞춰 가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타카하시 씨가, 사이토 씨가 그리는 터치를 원했죠.
물론 일러스트도 디지털 기기를 써서 그리지만,
손을 움직여 그린 것에는 터치가 남아서
윤곽 하나만 봐도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강약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이걸 곧바로 3D 모델로 만들면
평면적인 표현이 되니
사이토 씨가 갖고 있는 그림의 장점이 죽게 되죠.
이를 원본 그대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게 타카하시 씨의 주문이었는데요.
이것도 또… 밤에 남아서 다 같이 의견을 나눴습니다…(웃음)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라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귀가하는 타카하시 씨가 옆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툭 던지더군요.
…「다시」 뭐 그런 거죠(웃음).
(웃음)
원격 근무가 시작되기 전 이야기네요.
그렇네요!
원격이었다면 이렇게 개발을 진행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은 타카하시 씨가 보시기에 만족스러우셨나요?
그렇습니다.
얼굴과 머리카락의 표현은
매우 충실하게 재현했다고 봅니다.
특히 머리카락은 매우 고생해서 만들었다는 점이
잘 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셰이더※5도 특별한 걸 사용했는데, 장면에 따라서
평범하게 표현하면 화면이 자글거리면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부분도 있어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양쪽에서 섬세하게 조정해 주었습니다.
매우 고생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네요.
※53D CG의 음영 등 묘사를 처리하는 프로그램. 연산에 의해 대상의 재질 또는 질감과 같은 다양한 표현을 살릴 수 있다.
자, 여기까지 비주얼에 관한 여러 질문을 드렸는데, 사운드에 대해서도 여쭤보고자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노아와 미오의 역할인 「환송자」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피리가 등장했는데요. 피리가 채택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송자」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즉, 음악으로 전달한다는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만,
어떤 악기를 사용할지를 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음악을 담당해 주신 미츠다 씨※6와 상담하던 중,
크게 구분하면 악기를 대표하는 선택지로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 총 세 가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다만, 「환송자」가 타악기를 들면
가라앉은 분위기의 장면이나 정감 넘치는 장면은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6 미츠다 야스노리. 『CHRONO TRIGGER 』, 『Xenogears 』,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2』 등의 게임 악곡을 만든 작곡가. PROCYON STUDIO CO., LTD. 대표
그랬겠네요(웃음).
보기에는 재미있을 것 같지만요(웃음).
현악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노아 일행은 싸워야만 하는 입장이라
휴대할 수 없는 악기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콘트라베이스를 짊어지고 싸울 수는 없는 데다가,
아니, 대체 어디에 넣고 다니는 건뎨? 같은 의문이 생기니까요(웃음).
(웃음)
그래서 그러면 관악기 중에 뭔가 좋은 게 없을까
이후 실제 피리의 소리를 들려주셨고
특징적인 전통의 느낌도 있고 하니 이거면 괜찮겠다 싶었죠.
※7기다란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가느다란 피리. 예부터 일본 각지에서 축제의 반주 등에 쓰인 일본 전통 악기.
그렇군요. 그래서 악기가 피리로 정해지고 메인 테마곡에도 피리 연주가 들어가게 됐군요.
이것을 메인 음색으로 다룬다는 말은
피리만으로도 멜로디로서 성립하는 걸 생각하면서
추가로 다양한 장면에서도
피리 소리를 통일된 테마로서 사용해야 했으니까요.
더불어 이러한 악곡은 실제로 피리를 사용해 수록하셨나요?
네.
공식 Twitter에서 공개한 「The Weight of Life」라는 악곡의
서두는 피리만으로 구성된 멜로디인데
이게 제일 처음에 완성된 곡입니다.
처음부터 노아와 미오의 피리는
크기도 음계도 다르게 할 생각이었어서
두 종류의 피리를 준비해 연주를 부탁드렸습니다.
이거 말인데, 사실 피리를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했어요.
피리를 만드는 과정부터요? 이미 있는 피리를 쓰지 않고, 악기 자체를 새로 만들었다는 말인가요?
미츠다 씨가 작곡에 들어가시기 전에 「피리를 만듭시다」라고 하셨거든요.
왜 피리를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하나 싶었는데
미츠다 씨가 「처음부터 만들면 지금껏 없던 소리를 만들 수 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타카하시 씨가 노아와 미오의 두 멜로디를 하나의 악곡으로
융합시킬 생각이라고 의도를 전달한 상태였어서.
피리부터 만들면 음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표현하기도 쉬울 거라는 생각도 하셨던 듯합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게임과 같은 피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고
세상에 둘도 없는 것이 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바로 해 보기로 했죠.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이셨군요. 그런데 혹시 그 제작하신 피리를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이것인데요…
녹음에 실제로 사용할 것을 전제로
MONOLITHSOFT가 디자인하고
시노부에 전문가님께 피리 제작을 부탁드린 다음에
옻칠 전문가님께 장식을 부탁드렸습니다.
오오, 이건…! 확실히 게임에 나오는 노아와 미오의 피리와 똑같네요. 요코타 씨는 실제로 피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떠셨나요?
이번에도 타카하시 씨가 만드는 세계를 소중히 여기고 싶었고
또한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즐겨 주신 플레이어분들이라면
음악도 기대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몰입감으로 이어지는 장치가 있는 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 세계의 독자적인 소리를 표현한 것이군요.
네. 악곡도 노아와 미오로 두 종류의 선율이 있는데
그 때문에 노아는 큰 피리로 살짝 낮은 음을,
그리고 미오는 작은 피리로 살짝 높은 음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표면의 무늬도 매우 아릅답네요.
이 무늬는 MONOLITHSOFT의 2D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는데
당연하지만 MONOLITHSOFT에서는 진짜 악기,
그것도 옷칠까지 상정한 디자인은 한 적이 없으니
상당히 어려운 디자인을 의뢰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님이 완벽하게 재현해 주셨습니다.
노아의 피리는 빨간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있는데,
이 그라데이션 표현이 옷칠에서는 정말 어렵다고 하더군요.매우 예쁘게 표현되어 있네요.
동영상실제로 이 피리를 연주해서 녹음했고 그 악곡을 게임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징글처럼 짧은 것도 넣어 140곡 정도를 준비했습니다.
게임 음악으로 140곡은 엄청나죠(웃음).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앞으로 15곡은 더 넣고 싶네요.
아, 아직 부족한가요…?
아뇨, 다음에는 줄이고 싶은데요…(웃음)
하지만 타카하시 씨가 바라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영화는 2시간 정도지만,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매우 기니까요.
다른 심정이 그려진 장면에서는 같은 멜로디여도
조금 다른 곡조로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짓수를 늘리고 싶어지죠.
그렇군요. 그러한 장면에 맞춘 140곡이라는 악곡 수도 포함해서 이번 작품을 「집대성」이라고 하신 거군요.
악곡을 만들어 주신 분들은 여럿 계십니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모든 게 매우 원활하게
하나로 정리되는 작품으로서
모든 곡을 잇도록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과거 두 작품에서 키워 온 노하우를 살려
세 번째 작품에서는 많은 악곡에서
각각의 특징을 한층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8 Mariam Abounnasr. 작편곡가. PROCYON STUDIO 소속. Nintendo Switch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2』부터 시리즈 악곡 제작에 참가.
※9 키요타 마나미. 작편곡가이자 가수. Wii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부터 시리즈 악곡 제작에 참가.
※10 쿠도 토모리. CHiCO의 2인조 음악 유닛. Wii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부터 시리즈 악곡 제작에 참가.
※11 히라마츠 켄지. Wii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에서는 ACE의 임시 멤버로서 악곡 제작에 참가했다.
그러한 노력들이 이야기의 몰입감으로 이어지는 것이군요. 이야기의 몰입감을 살펴보면, 게임 도중에 끼어드는 이벤트 장면도 큰 역할을 가지고 있겠네요.
코지마 씨는 언제나 이벤트 장면을 짧게 만들라고 하지만요(웃음).
모션 캡처를 사용한 이벤트 장면에서는
캐릭터 표정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모션 캡처로 표현할 수는 없기에
동영상모션 캡처를 사용한 장면과 그 외의 장면의 차이를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
사이에 풍경을 끼워 넣거나, 서정적인 장면을 끼워 넣는 등,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정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이죠.
확실히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높아 보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건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었는데,
꽤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심리스라고 하면 말은 쉽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군요.
아, 확실히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그냥 억지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담당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도
이번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 줘서요.
현장의 개발 스태프도 마지막까지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어서
마냥 힘든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좀처럼 안정되지 않아서
닌텐도와 MARIO CLUB ※12에는
폐를 끼치고 말았지만요…
※12MARIO CLUB Co., Ltd. 게임 소프트웨어의 디버그와 모니터 테스트를 담당하는 닌텐도 그룹 회사.
아닙니다.
예전부터 이벤트 장면이라든가 보스와의 전투에 들어갈 때
좀 더 잘 연결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늘 있었죠.
이번에는 한 걸음 전진했다고 봅니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이것도 지금까지의 집대성 중 하나고
향후 어떤 상황에도
심리스로 이어갈 수 있는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을 추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벤트 장면도 음악도 캐릭터 디자인도
이 모든 게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시리즈에서 키워 온 집대성으로 이번 작품에서의 도전은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