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2023.10.18

자유롭게 클리어할 수 있다

약 11년 만에 제작된 2D 마리오인데요, 지금 Nintendo Switch를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서 횡스크롤형 2D 액션 마리오는 처음인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런 점도 게임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을까요?

하야시다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2D 마리오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었죠.

테즈카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위기감을 갖고 도전한 프로젝트입니다.

「위기감」 말인가요?

테즈카

2D 마리오는 3D 마리오에 비해
표현의 변화가 적다는 느낌을 주고
마지막까지 클리어 못 하겠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도중 스마트폰용 앱 『Super Mario Run ※17』을 만들 때
작은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발 멤버 중에서 마리오 액션 게임에 서투른 분이 계셔서
「이 다음 내용을 보고 싶은데 못해서 진행할 수가 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17한국 기준 2017년 2월 출시된 스마트폰용 앱. 달리는 마리오를 터치해 쿠파 성을 향해 나아간다.

사토

초반의 버섯 발판에 연달아 올라타서 진행하는 코스인데
아무리 해 봐도 결국 떨어지고 만다는 거였어요.

테즈카

저희는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려워서 나아가질 못하면 계속 노력해서 플레이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자유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를 들어 『오디세이』는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이 달라도
누구든 제대로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

하야시다

그게 바로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플레이」라는 거였죠.
3D 액션의 마리오 플레이는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테즈카 씨가 그걸 참고할 수 없겠냐며 조언해 주셨어요.

아, 이 부분에도 3D 마리오의 제작법을 참고하셨군요.

테즈카

2D 마리오는 아무래도 「어렵고 힘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기 쉬운 것 같더라고요.
조작하는 타이밍을 실수하면
그걸 수습할 방법이 적으니까
3D 마리오보다 미스로 이어지기 쉽죠.

이번에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대로 공략할 수 있도록
기술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지혜를 짜내면 나아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하야시다

그렇게 되니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2D 마리오는
「자유롭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2D 마리오는
코스를 하나씩 정해진 순서대로 클리어하는 형식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도전하고 싶으면 어려운 코스부터,
처음인 사람이라면 간단한 코스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미지코스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표시도 추가해 두었습니다.

또한 3D 마리오에서도 쓰이고 있는 키 아이템을 모으면
특정 코스가 개방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그 키 아이템이
이번에는 「이미지원더시드」라고 부르는 아이템입니다.

「원더시드」는 코스를 클리어해서 받을 수도 있지만
코스를 클리어하지 못해도 이미지코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플라워코인을 모으면
「만물상」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모리

그리고 캐릭터를 12종류로 늘렸으며
각 캐릭터에게 배지를 착용시켜 추가적인 성능을
자유롭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요시와 톳텐은 대미지를 받지 않는다는 조금 특이한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마리오, 루이지, 피치공주와 데이지공주 일행은 모두 성능이 동일합니다. 그건 일부러 그렇게 설정하신 걸까요?

모리

네, 지금까지의 마리오 타이틀은
루이지가 높게 뛸 수 있고, 피치공주는 둥실둥실 점프하는 것처럼
캐릭터별로 성능이 다른 타이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바꿔 말하면
「특정 캐릭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점프력이 필요하면 루이지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골라 원하는 성능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는 캐릭터와 성능을 분리하고
좋아하는 캐릭터에 원하는 성능의 배지를 착용해 플레이하는
배지 시스템의 형태로 완성시켰습니다.

테즈카

배지는 모리 씨의 집념이 담긴 부분이기도 합니다.

모리

최종적으로 20종류 이상의 배지가 완성되었습니다.
50종류 이상 제작을 거듭해 그중 엄선된 것만 남은 거예요.

성능을 배지라는 형태로 적절히 분리해 두었기 때문에
코스를 클리어하기 쉬워지는 배지를 착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를 들자면 「계속 달리는 배지」라거나
「투명해져서 적에게도 나에게도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배지」 같은
상급자를 위한 「제한 플레이」도 가능한
성능을 가진 배지도 구현했습니다.

배지를 자유롭게 착용하면 플레이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는 거군요.

모리

웅크려서 높이 점프하는 것처럼 액션이 변화하는 것도 있고
구멍에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돌아오는 초보자를 위한 배지도 있어서
다른 배지를 착용하면 같은 코스도 색다른 느낌과 난이도로 즐길 수 있습니다.

2D 마리오는 어렵다면서 도중에 포기하셨던 분들도
마지막까지 도달하기 쉽게 설계해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배지를 모은다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으로도 이어지게 되었죠.

멀티 플레이를 할 때 일부러 트릭키한 배지를 착용해서
특이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투명해지는 것처럼요(웃음).

하야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테즈카 씨가
「게임 중에 난이도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라고 하셔서
당시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렇게 생각했었는데요.
배지가 그런 부분을 커버해 줘서
어떻게 성공했네요(웃음).

모리

그게 처음에는 「난이도 조정 바를 화면에 표시해 두고
그걸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난이도가 바뀌는 건 불가능할까?」라고 하셔서.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었어요…(웃음)

게임 중에 실시간으로 코스 전체의 난이도가 바뀐다고요? 확실히 그건 좀 상상이 안 가네요(웃음).

테즈카

그렇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죠.

일동

(웃음).

사토

테즈카 씨의 이런 「막무가내」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항상 조마조마하단 말이죠(웃음).

모리

그러고 보니 테즈카 씨가 「실황 중계 같은 건 안 될까?」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됐는데(웃음).

이게 꼭 실황 중계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체험을 해 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실황 중계라면 축구나 야구 시합 중계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거죠? 마리오 게임으로 그런 걸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었군요.

하야시다

실제로 반년 정도 진지하게 「실황 중계」를 만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액션에 따라 음성을 넣어 보기도 했어요.

실황 중계하는 음성을 이것저것 넣어 보니까
어느새 「이건 누가 중계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해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테즈카

저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죠(웃음).

모리

팀 안에서도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리더라고요(웃음).
일반적으론 안내하는 듯한 매우 평범한 톤이었는데
옵션에서 츤데레 중계로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츤데레 중계요???(※18)

※18「츤데레」란, 평소에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지만, 가끔 호의적인 측면을 보여 주는 성격이나 인물을 뜻한다.

모리

실은 테스트 플레이할 때 측정해 봤는데
생각보다 츤데레 중계로 바꾸는 사람이 많았어요(웃음).

일동

(웃음).

테즈카

하지만 실제로 이 실황 중계를 제대로 하려고 하니
음성의 종류만 해도 엄청 양이 많아져서
아쉽지만 힘들겠다~ 싶어졌죠.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실황 중계의 검증을 그만두는 건
너무나도 아까웠기 때문에
이 사양에 대해 전적으로 맡아서 생각해 줄 분을
스태프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모리

그때 마침 「플라워 왕국을 무대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와서
그 무대와 어울리는 「수다쟁이 꽃」이라는 형태로
이 실황 중계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살릴 수 있었습니다.
「마리오 세계에 어울리는 실황 중계」겠네요.

하야시다

수다쟁이 꽃이 있으면
플레이하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코스에 나 혼자만 있으면 고독한 싸움처럼 느껴지겠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수다쟁이 꽃이 말을 걸어 주니까요.

사토

「굼바는 맛있을까?」처럼
꽤 재미있는 소릴 한단 말이죠(웃음).
옆에서 플레이를 구경하는 사람도 더 몰입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수다쟁이 꽃은 코스 도중에 힌트를 주거나 플레이어가 내심 생각하던 것을 대신 말해 주기도 하죠. 플레이하면서 외롭다고 느낄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테즈카

수다쟁이 꽃이 말을 걸어 주고, 그 내용에 공감하면
더욱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 「수다」를 끄는 기능도 준비해 두었습니다만
여러분은 끄지 말고 그대로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리

그리고 코스상에 존재하는 오브젝트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숨어 있는 수다쟁이 꽃을 찾거나
천장 근처에 슬쩍 보여서 「저기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등, 지금까지 마리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콘도

난이도 변화와 실황 중계 부분에서 「테즈카 씨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대해 말했는데요.
저는 「테즈카 씨와 제가 생각하는 마리오의 세계」와
「스태프들이 생각하는 마리오의 세계」 사이에
갭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의 마리오는 역대 하드웨어가 가진 각각의 성능과 제약 속에서
당시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주기 위해 연구하며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마리오를 플레이해 온 스태프에게는
그 타이틀에서 묘사되는 세계가 「마리오의 세계」고
그걸 계승하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저와 테즈카 씨가 생각하는 마리오의 세계는
사실 훨씬 더 넓어서
재밌을 것 같은 요소라면 계속 추가해도 괜찮거든요.
그런 부분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막무가내로 보이는 건가 싶었어요.

아하, 좀 더 이것저것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는 것이 마리오의 세계라는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운드팀도 이 새로운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셨다고 하셨는데 그건 보기 드문 일 아닌가요?

콘도

항상 사운드팀의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작곡 담당, SE 담당자이기 이전에 너희들은 게임 제작자니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 내용에
이상하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말해 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전달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게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정말로 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테즈카

사운드팀은 인원수도 한정적이고
개발 초기보다는 개발 도중에 필요해지는 시점이 오면
그때 개발팀에 배속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게임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으면
소리를 어떻게 만들지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거든요.

콘도

지금까지는 개발 후반부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사운드에 맞춰 화면도 이렇게 바꾸면 재밌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도 실현하기 어려워서 근질근질했어요.
지난번에도 개발 막바지에 합류했기 때문에 「동영상굼바를 BGM에 맞춰서 점프시킨다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개발 초기부터 함께 작업했다 보니
서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사운드에 관한 부분도 프로그래머와 함께 제작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원더플라워에 닿으면 코스 도중에 갑자기 지형이 크게 변화하니 사운드에 주는 영향도 컸겠네요.

콘도

맞습니다.
전부터 코스를 통째로 뮤지컬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을 해 보고 싶었는데요.

일단 곡에 맞춰서 뻐끔플라워를 토관에서 나오게 하는
부분의 검증부터 시작해 보니
플래너가 토관과 발판이 움직이는 코스를 만들어 줬어요.

그게 개발팀에서도 평이 좋았기 때문에
다양한 적과 장치도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 있게 조정해 나갔습니다만
플래너는 음악의 박과 박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사운드팀은 레벨 디자인※19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조금 어렵더군요.

※19오브젝트의 배치 등 코스를 설계(디자인)하는 것.

테즈카

사운드 담당자와 레벨 디자이너가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조정해 나갔었죠.

콘도

서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고
사운드팀에서도 레벨 디자인을 직접 해 보면서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실제로 체험하며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사토

「원더 제작회」에서도
다양한 검증을 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소리에서 「원더」의 플레이가 만들어진 것도 있었어요.

콘도

동영상1, 2, 3 점프! 닌군 댄서즈」 말이군요.
화면상의 다양한 것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도 음악에 맞춰 액션을 취하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4박째에 점프해서 플레이하는 코스」를 만들어 봤습니다.

사토

이게 또 그렇게 인상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것을 다른 코스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리듬 점프 배지」가 만들어졌습니다.

테즈카

「앞으로 새로운 2D 마리오의 베이스를 만든다」
이런 테마로 진행했는데
제작법부터 바꿔 나갔던 것이 결실을 맺은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히 3D 마리오의 제작법을 2D 마리오에 응용하거나 사운드팀도 함께 담당 분야를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등, 게임 「제작법」 자체부터 커다란 변화… 원더가 있었군요.